Dans l’atelier de Stella Sujin” - Beaux Arts Magazine (Link)

April 2023


Stella Sujin – Nommée au Prix Drawing Now (Link)

March 2023


Next Code 2021 – Artist Talk with Stella Sujin Daejeon Museum of Art (Link)

October 2021


파리지성 Paris Jisung – "해체와 충돌, 그리고 변형을 그리는 경계인으로서의 예술가, 스텔라 수진 Stella Sujin" 

August 2017

김은정 (eunjeong.kim3382@gmail.com)

스텔라 수진 Stella Sujin 은 이화여대에서 한국화를 전공, 철학을 부전공한 후 2008년부터 파리에 체류중이다. 파리 4대학에서 철학 학사 취득 후, 파리 1대학에서 조형예술 Arts Plastiques (l’art de l’image et du vivant) 석사를 취득,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시를 비롯한 작품 활동과 몽테뉴 보르도 3대학에서 예술 박사 연구/논문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7월 한달간 마레 지구의 ‘라 벨 오흐텅스(La Belle Hortense)’에서 열린 전시Natures Impures (2017.7.3 - 2017.7.31)에서 그녀를 만나, 이번 전시와 전반적인 작품 세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이번 전시에는 인간위상의 허약함이란 주제 아래에, 각기 독립된 싱글 피스로 제작된 동물 및 동물 잡종체 수채화 7점을 전시했다. Natures Impures는 한국어로 «불결한 본성»으로 번역이 가능하다. ‘Nature’는 ‘자연’과 ‘본성’이라는 두 의미를 가진 단어로, «순수한 하나의 본성»에 대조되는 «복수의 불결한 본성들»을 말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이화여대에서 한국화 전공 후 파리로 유학, 미술과 철학을 동시에 전공하셨어요. 동양의 외연에 서양의 내연이 깃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방법면에서는 수묵화, 고려 탱화의 방법이 보이는데 서양철학을 공부한 것이 작품에 내용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가 궁금합니다.         

- 저에게 동양과 서양은 구분은 지리적인 것입니다. 동양은 제국주의 아래 서양의 반대쌍으로 만들어진 개념이구요. 두세계에 각기 고유한 문화와 사고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의식적으로 이 두 세계를 구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전공을 여러번 바꿨어요. 예고시절 조각으로 시작해서 서양화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다시 한국화로 전공을 바꿨죠. 조각과에 속해있는 한 회화를 배울 수 없고, 서양화과에서는 수묵화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간단한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철학과가 있는 인문대에서 보냈구요.

제 그림에서 보이는 수묵화의 느낌은 한국화의 경험에서 온 것이 맞아요. 하지만 저는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하는 한국화의 필법을 재현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결국에는 배우지 않았습니다. 제 경우에는 학교 캠퍼스 안의 숲, 지엽사에서 받아오던 한지, 알록달록한 가루 염료들,세공사였던 아버지의 공방에서 보던 금을 음각한 공예품 등을 기반으로 미감을 구축했을거에요. 그리고 한국에서 자랐으니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요소를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4년 처음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에 관한 수업을 들은 이후 2010년까지 철학과 학생으로 지냈어요. 주체 철학에 관한 중요한 비판인 미셸 푸코에 관한 수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구요. 하지만 이후 미술작업을 하면서 철학으로부터 받은 영향은 인식하되, 특정 철학의 개념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어떠한 것과도 거리를 두어 생각하라, 항상 어느 정도의 차가움을 견지하라, 이것은 철학으로부터 제가 배운 점이고 저의 태도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술의 언어는 상징과 은유의 체계입니다. 어느 창작자의 이야기가 유의미할 때는 그가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신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엿보입니다. 정신과 의식을 사유의 중심으로 삼았던 전통적인 관념론에서 벗어나, 몸의 감각에서 출발하려 하는 메를로-퐁티의 ‘몸 현상학’의 영향일까요? 실제로 ‘신체’를 대상으로 삼은 일련의 작가들이 그러하기도 하구요. 질 들뢰즈의 ‘기관 없는 신체’가 떠오르기도 하고 혹은 거꾸로 ‘신체 없는 기관’ 으로 의미를 전도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작품 속에서 신체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기관들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 들뢰즈의 «기관없는 신체»는 각각의 기관이 맡은 역할을 충족시키며 조직화하여 만들어내는 억압 구조에 반대하는 신체죠. 역할 수행의 목적을 가진 유기체적인 방식의 조직화에 대립하기 위해 신체는 기관 없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구요. 제가 그리는 신체 없는 기관들은 비규정적인 잠재적인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그런점에서는 영향을 받았다고 말 할 수도 있어요.

제가 신체를 작업의 주제로 결정한 것은« 바디아트 Body Art »를 접한 이후입니다.  1960-70년대 유럽의 아방가르드 운동의 영향으로 탄생한 이 예술은 전통적인 예술형식과 재료를 거부하고인간의 신체를 예술의 무대이자 가장 순수한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저는 예술가의 신체에 직접 행해진 극단적인 실험으로 유명한 비엔나 행동주의(Actionisme Viennois) 그룹의 예술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신체를 노출하고 위험에 처하게 하고 결박하고 자해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 파괴를 통한 심리적 해방을 추구하는 작품을 선보였어요. 내 작업에서 보이는 조각난 신체와 그것에 주어진 한계, 고통 등의 요소는 그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제가 그리는 절단된 신체, 몸에서 분리된 장기, 그리고 잡종 생명체들은 단련되고 균형 잡힌 훌륭한 신체를가진 인간으로부터 반대편에 있는 것들이에요. 내 몸에서 떨어져나와 덩그러니 놓인 ‘타자로서의 신체’에요. 정육점의 고깃덩어리처럼 조각조각 해체되어 걸려있는 날것으로의 존재, 그리고 날것으로서 맞이하게 되는 처연한 현실을 온전하지 않은 신체의 재현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내가 잘라내려고 하는 것은 «건강한 몸에 깃든 건강한 사고»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에요. 현대 자본주의 국가가 만들어내는 노동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신체는 정교하게 훈련된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고생각해요.

 

바디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는데요, 결과물 뿐 아니라 작업 방식이나 과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요.

- 저는 신체의 형상을 그리기도 하지만, 사실 신체가 행하는 행위 자체가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에요. 행위(퍼포먼스)와 회화는 서로 굉장히 다른 영역에 속하고 있어요. 다시 말하자면 퍼포먼스는 전통적인 회화,조각의 형식을 거부하며 제도 밖에서 발생한 예술이고, 회화는 가장 전통적인 미술이면서 제도 안에 머무르고 있는 예술이에요. 본래 화가인 저에게는 이 둘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큰 고민이구요.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기술과 함께 미술의 재료와 형식도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어떠한 정당성을 갖고 나는 회화를 고수하는가, 내가 하는 행위가 현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부단한 고민과 번뇌가 바탕에 깔려있어요. 그런데도 그리는 행위가 가진 특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신체의 움직임과 그 자국을 물질에 아주 가까이 남기면서, 의지적인 예술 행위가 드로잉 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회화는 켜켜이 물감의 겹을 더하고 터치를 남긴다는 면에서 어쩌면 깎고 다듬는 (Carving) 조각의 행위와 비슷하지만, 드로잉은 재료와 신체가 닿는 충돌의 순간을 남기는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진처럼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 직접 물질을 만지며 찰나를 파악하는 것이 드로잉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보는 이에 따라 완성작 혹은 습작이고, 작품의 초안인 밑그림일 수도 있습니다.

드로잉은 이러한 해석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2012년부터 «유기적 드로잉 Organic drawings»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는 행위를 물질에 아주 가까이 붙이려는 목표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데일리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상황에 따라 50장이든 100장이든 온종일 그리기도, 하루에 겨우 한 장만 그리기도 해요. 이 드로잉들은 각기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각각이 세포 단위처럼 서로 결합하고 증식하며 하나의 «커다란 단위»를 만들 수 있게끔 고안했어요. 저는 마치 단어가 모여서 문장을 이루고 문장이 시를 이루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 «단위»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그리는 대상은 따로 정하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자유롭게 화면에 옮깁니다. 주제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을 피하려고, 동물 혹은 식물, 피부 혹은 내장, 인간 혹은 잡종체, 이런 식으로 큰 가이드 라인만 정해놓고 즉흥적으로 형상이 떠오르는 대로, 그러니까 브레인 스토밍과 비슷한 방법으로요.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인 메타포인 바니타스(Vanitas, 라틴어로 ‘덧없음’을 의미하며 ‘죽음’을 상기시키는 대상들로 나타남) 도 엿보입니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작품에 그 의미를 어떻게 담는지 궁금합니다

- 죽음은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잖아요. 보통은 죽음에 공포와 혐오를 느끼는데, 저는 죽음이 삶으로 회귀하게 하는 계기라는 생각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요. 이 둘은 서로 분리되면 양쪽 모두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철저히 상호 의존적이라고생각합니다.

저는 신체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생로병사의 인간드라마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죽음이란 행사를 보다 더 유의미하게 치르고 싶구요. 이러한 이유에서 2014년에 «죽음의 치장» 이란 주제로 바니타스 양식의 대표적 상징물인 두개골에 성모 회보, 수태고지등 탄생과 부활을 의미하는 가톨릭 성화들을 접목하여 금분으로 회화 여러 점을 제작했어요. 다양한 문화권의 종교화들을 참고로 했어요. 그리고 이 «두개골 성화» 시리즈는 저의 과거와 연결되기도 해요.

집안의 전통이었던 가톨릭 신앙과 늘금을 만지던 세공사인 아버지의 이미지가 이 시리즈에 녹아있음을 나중에 깨달았어요. 때로는 죽음이 아주 가까이있다는 것을 경험해요. 두 번의 사건을 겪었는데, 공포에 질려서 떨고있는 제 모습을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렇게 비참하고 하찮을 수가 없었어요.

죽음 앞에서 태연하지 못할지언정최소한의 품위는 갖고자 하는 욕망이  있어서, 관련한다양한 이슈들을 주의 깊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은 육신의 죽음뿐 아니라 자아의 죽음이기도 하죠. 기존 작업을 통해 물리적인 차원에서의 죽음을 다뤄왔는데, 앞으로는 더욱 심리적인차원으로 그것의 의미에 접근하려고 합니다.

 

결국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보여요. 이 모든 표현 방식과 도상들이 의미하는, 즉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대주제는?

- 모든 시도를 압축하는 키워드는 미완결성이에요. 그리고 경계, 경계에 위치한 인간으로서의 불완전성, 그리고 해체,충돌, 변형이 제 작업의 기반이 되는 개념들입니다.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앞서 얘기했지만 한국에서 자라고 미술교육도 오랫동안 받았어요.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체류기간도 오래되었는데요, 그 경계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 예를 들면 한국화의 방법으로 서양의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데서 오는 고민이나 어려움은 없나요

- 동서양의 구분이 이제는 어색하게 느껴져요. 경계인으로 살면서 그 사실을 잊고 사는 지금 오히려 이 익숙함에 대한 각성이 필요한 것 같을 정도로요. 저는 낯선 곳에 있기를 좋아해요. 동물적인 감각이 깨어나서 길을 찾고 마주치는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즐거워요. 그래서 불편함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이민자로서 차별을 받으면 힘들지만, 이 생활에는 단점보다 장점이 월등하게 많아요. 외줄 타기 광대처럼 경계선에 서 있는 것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서 느끼는 신선함, 그리고 자유가 있기 때문이에요. 사물을 다른 관점으로 보려는 예술가들에게는 타향살이가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완전히 한국인도 아닌 유럽인도 아닌 이 상태가 불편하지 않아요.

내 이름은 김수진, 작가명은 성을 떼버리고 동/서양식의 두 개의 이름만 합친 스텔라 수진이죠. 정체성을 극복하는 일을 하고자 하면서 “김”이라는 성을 가진 것이 짐스러웠어요. “김”은 내가 한국에서, 그리고 가부장제 시스템에서 왔음을 알려주는 표식이니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문화적 잡종”인것 같아요.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는 바는 제 각각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에서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은?

- 작품은 관람자가 있을 때 의미가 완성돼요. 작가가 메시지를 전달, 혹은 주문하는 일방적인 관계에는 생동감이 없어요. 제가 하는 시도들을 ‘이런 시도도 있구나’ 하고 단순히 보고 원하는 대로 해석을 하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시 활동을 하며 관람자를 통해 느낀 즐거운 기억이 하나 있어요. 2015년에 파리 근교 이씨레물리노(Issy-les-moulineaux)시에 위치한 에스파스 이카르(Espace Icare)라는 문화센터 로비에서 전시한 적이 있어요. 그곳을 오가며 수업을 받는 어린이들이 제 그림에 관한 의견을 내놓으며 그림 앞에 쪼르륵 모여앉아서 따라 그리고 자유롭게 본인들의 감상을 그려서 제게 선물하기도 했어요. 그때 어린이들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정확히 몰라요. 하지만 그들과 어떠한 공감이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어요. 

 

현재 박사논문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있어요. 끝으로 논문 주제와 작업의 관계, 공부를 마친 후 계획을 알려주세요.

- 신체가 갖는 정치적인 의미와 동일성 문제, 특히 여성의 신체를 주제로 하여 모성과 관련한 이론들을연구하고 있어요. 박사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이어서, 마친 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지금처럼 작품활동과 전시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미술작품을 본다(감상한다)는 것은, 작가의 눈을 빌어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세계를 보는 경험이다. 이러한 시감각적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기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의 사회적 의미일 것이다.스텔라 수진의 세상은 인간에게 주어진 ‘몸’이라는 본질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에 구애받지 않고 몸을 통해 관계맺고 경계를 허물고 규정되어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적 경계인’으로서 파리의 한국인들이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메세지가 아닐까.

 


NOBLESSE MAGAZINE "Stella Sujin, Bring Art To Life"

March 2017

(Link)

최윤정 (amych@noblesse.com)


죽음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두는 스텔라 수진 작가는 죽음과 삶, 신체와 정신을 잇는 통로가 있다고 믿고 이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탐구한다. 죽음은 존재의 소멸이 아니라 생동하는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고 결국 삶과 죽음은 유기적 관계이며, 그래서 자신의 작품을 유기체라고도 칭한다.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에 위치한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그녀의 아크릴화 작품 4점과 수채화 작품 28점, 총 32점을 선보인다. 전시에 앞서 스텔라 수진 작가에게 이번 전시 소개와 더불어 죽음의 상징성에 대해 물었다.

신체를 소재로 죽음의 메커니즘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계신데, 죽음을 주제로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어릴 적 살던 집 근처에 정육점이 있었어요. 도살 후 손질을 거친 동물이 조각조각 정육점 뒷마당에 걸려 있었고, 저는 항상 그 모습을 엿보곤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죽음을 떠올릴 때 육신은 사라지고 영혼은 불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소와 돼지를 통해 본 죽음은 소멸이 아닌 현존이었습니다. 저는 죽음과 삶, 신체와 정신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존재하며, 죽음은 존재의 소멸이 아니라 삶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 제목을 ‘오라토리오(Oratorio)’로 정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에게 그리는 행위란 무엇일까?’라고 자문했고, 돌아온 답이 ‘기도’였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제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덜어냄으로써 제 내면에 다가가는 일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기도실을 뜻하는 오라토리움(Oratorium)에서 파생한 단어이며, 종교적 내용에 대해 노래하는 합창곡을 뜻하는 오라토리오로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프랑스 파리 근교 이브리쉬르센의 갤러리 RX 레지던시에서 열린 개인전과 2015년 이시레몰리노의 에스파르 이카르에서 개최한 전시까지 계속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작품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요? 죽음의 메커니즘에 대해 고찰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는 육신뿐 아니라 자아의 죽음과 같은 심리적 차원에서 죽음의 의미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자아의 죽음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 저는 무신론자지만 제 안에 순수 의식이라 불리는 맑고 강력한 근원이 있음을 느끼고 그것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합니다. 청정의 영역에 다가갈수록 인간의 자아는 점점 사라집니다. 자아의 입장에서는 죽음이지만 순수 의식의 입장에서는 탄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아의 죽음은 한 번으로 충분할까요?

- 아닙니다. 자아의 죽음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돼야 다시 순수 의식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나’는 자아의 틀에 가두기엔 너무 큰 존재이며, 근원으로 다가가는 것은 삶에 대한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바니타스 양식의 상징물인 두개골을 이용한 아크릴화 ‘Virgin with Three Hands’도 죽음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 바니타스 양식의 두개골을 이용했지만 제가 드러내고자 한 것은 죽음의 허무나 인간의 무력감이 아니라 죽음의 숭고함입니다. 죽음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서로의 존재를 강렬하게 실감하는 신성한 의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죽음을 무섭거나 슬프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란한 금칠로 화려한 의식을 대변하고자 했습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어 있고, 작품은 하나의 유기체라고 표현했습니다. 각각의 작품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까요?

- 그렇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8점의 수채화 작품은 각각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그 전체가 하나의 연결된 설치 작품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드로잉은 하나의 세포 단위로, 결합하고 증폭하며 커다란 생명체를 만들 수 있도록 고안했고 그런 연유로 저는 수채화 작품을 유기체라고 부릅니다.

수채화 작품은 아름다운 색감에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요.

- 저는 작품을 통해 자아를 기반으로 한 인간의 위상이 얼마나 하찮고 나약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성, 도덕 등 인간만의 능력을 벗어던지는 순간 우리는 초원을 달리고 사냥감을 포획하는 동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동물이 된 후 인간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간혹 수치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어요.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소의 머리에 남성의 몸을 가진 괴물인데, 자세히 보면 미노타우로스의 몸통 부분에 부끄러워하는 사람의 형상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어요. 피 흘리는 사냥개가 연약한 육신을 지닌 인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그린 ‘다친 개(Injured Dog)’도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후 파리에서 공부하며 보디 아트에 관심을 두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수채화 작품을 보면 사람과 동물의 신체 부위를 주로 묘사하고, 마치 수묵화처럼 번짐과 농담의 효과를 이용하는 것 같아요.

- 저는 지나 파네(Gina Pane), 비토 아콘치(Vito Acconci) 등 퍼포먼스 예술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신체의 한계와 고통 등의 요소에서 영향을 받았고 화가로서 퍼포먼스와 회화의 접점을 찾아 현대성을 부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2년부터 데일리 프로젝트 ‘유기적 드로잉’을 실천하며 그 목표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를 자유롭게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표현함으로써 번짐, 뭉침, 선, 면 등의 다양한 결과를 도출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죽음은 사고, 질병과 관련되어 있고 고통과 소멸이 전제되어 있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관람객에게 죽음을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등으로 그 개념을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 올 9월에 런던에서 열릴 스타트 아트페어에 참가할 예정이고, 현재 보르도 제3대학 예술 박사 과정 4년차인데 졸업 논문을 완성하는 데 매진할 생각입니다.


MEMENTO MORI "REMEMBER YOU WILL DIE"

October 2013

Grace Joo (Curator at JAZZY MAS SEOUL)

1. Artist Introduction


Stella Sujin (S.S) : I am an artist currently residing and working in Paris. At the moment, I am pursuing my doctorate studies at Université Bordeaux III, focusing on arts while working on individual projects simultaneously.

2. Exhibition Works


S.S : The exhibition "Memento Mori" focuses on the idea of a mechanism of death, which takes its form in human body and soul. Whereas ‘death’ refers to an altered, incomplete status, caused by missing some parts from what used to be one, combined unit of body and soul, being ‘alive’ can described as a state where the connection between the two (body and soul) is still in existence; One can imagine physical parts like organs, nerves and hormones, fully functioning in accordance with its spiritual mind. Both of these two state belongs to the same mechanism which functions as one big organical structure that circles continuously. “Organic” in is the keyword for my work and therefore I’ve come to title my works “Organism”. When expressing such feelings and ideas in drawings, I enjoy depicting pieces of slaughtered animals. This style was greatly influenced by anatomy and catholic religious art.

Especially, this exhibition features series of skull. This has developed by actively manifesting the religious inspiration coming from “Memento Mori” which originated in the 17th century in europe as one of Vanitas themes. Such theme conveys a strong message, remarking on nihilism of all living things on earth, including life of mankind. It, therefore, tells humankind to serve god with modesty and humility. Skull is Vanity’s the best representative allegory that symbolizes impotent human beings living the finite life. In such perspective, I’ve chosen to borrow the concept of skull.

If there is a difference to my works and the skull represented in Vanitas theme, I would say that my work is directed towards adornment of death while Vanita stresses on the nihilistic meaning of life before death. I see death as a fascinating moment where one confronts pieces of body and soul after the separation from each other, just like the debris in the universe created after the Big Bang. This can be also compared to gateway that Mark Rothko had so strongly desired to enter so he could reach the “cosmos beyond the horizon”. This fundamentally puts death as a ceremonial event. Therefore, I believe death must be expressed as something not fearful, but glamorous and fancy. This is why, I’ve colored my works with brilliant gold, equivalent to the colors of the armor that soldiers wear to battlefield. In addition to the brilliant gold coloring. I’ve also embellished the skull with drawings based on knowledge in anatomy and religious scenes such as the Annunciation, Assumption of Mary, the Resurrection of Jesus Christ and more.


3. The theme of your exhibiton is ‘MEMENTO MORI’, means “Remeber, you will die”. Is there any particular reason behind choosing this as the main idea ?  

S.S : When I was young, there was a butchery right across from where I lived. Flesh of dead animals were delivered by the meat wagon to the butchery and then were cut into many little pieces. After all such process, they were hung all over the the backyard of the butchery. I used to take a peep on the scene over the fence and my interest in ‘death’ was first intrigued. At that time, as a child, I merely related death to the dead flesh of animals hung in the backyard of the butchery. It was different from how people describes death as soul’s detachment from the body and the body slowly decaying into nothing. In short, the death I witnessed via slaughtering cows and pigs were rather more explicit and the most existent at the moment right after the slaughter. From this, I started thinking upon the possibilities of more complicated mechanism between birth and death, body and soul.


4. Upon reading your biography, I’ve noticed that you studied Philosophy along with Fine Arts. I wonder what kind of impacts were brought to your Arts after studying Philosophy.  

S.S : I grew up with the dream of becoming a writer and naturally, I was more drawn to the literature and philosophy than I was to arts. Thus I think it would be more correct to say that I started working with arts because I studied philosophy, instead of saying that my works have been influenced by pursuing philosophical studies. Formless thoughts started forming in clear shapes after studying philosophy and I was captured by a strong desire to express the cleared thought of mind at that time. The reason I’m working as an artist is because art satisfies such desire I had as a philosopher. I believe I can go back to academic research settings or start writing again. The field I occupy does not matter much as long as I am expressing my thoughts.


5. Your audiences are interested in the history of your works. Could you describe your works in college or in the beginning stages of your career ?

S.S : I originally studied oriental painting in Korea then became mesmerized with body art when I moved to Europe. I was especially inspired by Vienna actionism artists Rebecca Horn and Joseph Beuys, and their approach of studying the human body as an expressive instrument. Although my early works consisted of more performances than paintings, I still use the past experiments as contents for present works since they were ultimately dealing with the same subject.


6. My first impression of your piece was different from the second and third. Figures of human and animal skulls, representing ‘death’ first caught my eye. Then I saw the glamorous and delicate depictions behind it, and was able to combine the impressions from afar. I also saw an image of a saint as well as geometrical and symbolical patterns. How do you realize the collection and expression process of images in your pieces ? 

S.S : As my works present quite a spiritual tone, I find inspiration in diverse types of religious arts. I look at icons like the Assumption of Mary, the Annunciation, and other Eastern Orthodox iconographies. I am also greatly interested in the modernistic reinterpretation of the composition and color sense of the altar portrait of Buddha. Specifically for my Memento Mori series on the concept of adornment of death, I was heavily inspired by halidoms that have a distinctive sense of beauty from the combination of Mexican Catholicism and folk religion, and Maori tribe’s Tā moko crafts. I do a lot of drawings. For this exhibition, I often visited natural history museums and veterinary science museums to observe a great amount of stuffed specimens. Rather than taking photos, I normally did several drawings on the spot so that I would get a symbolical form of the specimen’s feeling in my head. I would draw it over and over again until it accumulated into my style and then later moved it onto a canvas.


7. I’m curious about the stories behind all your pieces. If there’s one you could explain to us about, which one would it be ?  

S.S : Memento Mori series’ pieces each have the distinct iconographic themes of the Annunciation, Descent from the Cross, and the Assumption of Mary. Rooted from such basis, I unraveled a story using my imagination. My personal favorite, Memento mori 4 is related to the story of Saint John of Damascus. According to the story, John is accused for treason and has his right hand amputated. But as he prayed in front of a painting of Virgin Mary for justice, his right hand stuck back to its place. John modeled his right hand in silver and presented it to Virgin Mary and now the three hands of the Virgin symbolizes boundless love. Starting from this story, I drew in the skull with images that longs for a new beginning with blessings, such as the Virgin holding a baby and a messenger and angel giving blessings. I believe this is the most feminine and serene painting from the series.


8. What do you signify the most when working ?  

S.S : First, legitimacy. The legitimacy I refer to is an intimate and rational relationship between the idea and the substance it has turned into. When working, I must always bear in mind whether my way of expressing my idea is proper. Second, mannerism. There are moments where I feel like I’m unconsciously printing out the same thing when working with a lot of repetitive work. Artists are very cautious about mannerism. At every moment, we must go back to the beginning and sort out our senses then ask ourselves whether we truly felt what we expressed, and if we are trapped in a certain format.


9. Plans

S.S : Another solo exhibition and some group exhibitions are scheduled early next year in France. I find working along with other artists particularly more fun these days, so I’m thinking of doing more collaboration projects. As I am still a Young artist, form of my works are yet complete but unlimited to all possibilities. I am just enjoying this moment vailed with mystery on know how my work would evolve into. Thus, my ultimate goal would be to engage myself in activities and events that would stimulate my artistic desire and develop my passion for work.


10. How do you feel about working in Korea ? 

S.S : It is certainly a pleasure to work with Jazzy MAS team. This is my first encounter with Seoul’s young audience for me as a professional artist and thus this experience means a lot for me. It’s also nice to come back and visit my hometown. It motivates me to work harder and better.


WOMAN DAILY MAGAZINE

October 2013

전보연 기자

 

‘죽음’하면 떠오르는 많은 정의들과 이미지들은 늘 어둡고 무겁다. 사회적 통념에 의해 정해진 정의나 개인의 경험에 빗대어 나오는 정의는 국가적, 종교적 영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며 그에 따라 성스럽거나 잔인한 이미지로 부각된다. 죽음은 기피의 대상이거나 외면의 대상이 아닌 우리 삶과 함께 분명히 존재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고 외면한 채 살아간다. 각각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는 그것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자주 상기하며 살아갈까. 이번 Stella Sujin 작가의 전시는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죽음의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던 의식을 깨우듯 죽음의 의미에 대하여 반문한다.

전시의 주제인 Memento Mori는 사전적 의미로는 « 죽음을 상기시키는, 또는 경고하는 사물이나 상징 »을 뜻하며, 17세기 유럽에서 나타났던 바니타스 (Vanitas, Vanity) 양식의 테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 인생무상 »을 의미하며 « 지상의 모든 존재는 허무하며 인간의 삶 또한 불완전할 뿐이니, 참회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신을 섬겨야 한다 »는 메시지를 가진다. 당시 바니타스를 주제로 한 작품을 보면 해골, 뼈, 엎어진 유리잔, 거울 등이 삶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의 소재인 인간과 동물의 두개골(해골)은 삶의 유한함과 그 앞에서의 인간의 무력함을 상징하는 바니타스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작가는 이 맥락에서 Memento Mori 시리즈에 두개골을 차용하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작가의 작업의 의도는 죽음 앞에 놓인 삶의 허무함에 대한 반추가 아닌 « 죽음의 치장 »에 있다는 것이다. 슬프거나 어두운 방식의 표현이 아닌 « 죽음의 치장 »을 의도로 작업하는 작가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

작가의 최초의 죽음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웃 정육점에 철창이 달린 트럭에 산 채로 와서 도살과 손질을 거친 후 뒷마당에 죽은 채 걸려있는 소와 돼지의 모습에서 작가는 최초의 존재론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어린 시절 작가에게 죽음은 어제 본 소가 내일 죽은 채로 뒷마당에 걸려있음을 의미했다. 죽음은 육신이 사라짐을 의미하지만, 작가에게 죽음은 소가 도살되어 뒷마당에 걸려있을 때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처럼, 죽음 이후에 « 죽음 » 이 더 강렬하게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죽음에 대한 관심은 영혼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깊었던 작가는 영혼주의 철학 (Spiritualisme)을 접한 후 새로운 « 죽음관 »의 전환을 맞이한다.

바로 탄생과 죽음이 시작과 끝처럼 일직선에 놓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거대한 순환구조에 있다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죽음이 영혼과 육신의 해체라면 탄생은 그 둘의 집합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이것들은 유기적인 방식으로서 작용한다는 것이 작가가 « 죽음 »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쉽게 말해 탄생 자체가 죽음으로의 출발점이며, 죽음은 탄생을 위한 또다른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역설하고자 작가는 죽음과 탄생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품의 주제가 다분히 종교적인 색채를 띄는 만큼 작가는 작업에 앞서 죽음과 탄생의 주제를 다루는 17세기 바니타스 정물화들과 성모승천도(Assumption of Mari), 수태고지(Annunciation, 성모회보) 등의 여러 종교화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작업한다. 그러나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종교적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 자연의 섭리 », « 인간의 본질 »을 탐구하는 철학자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작가에게 죽음은 영혼과 육체의 덩어리의 분해에 의해, 그 파편들을 마주하고 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아주 강렬히 실감하는, 마치 빅뱅처럼 격정적이고 경의로운 순간이다. 또한 화가 마크 로스코 (Mark Rothko)가 그토록 열망하던 « 수평선 넘어 영원의 세계 »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죽음은 하나의 의식이다. 그것은 단순히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탄생의 또 다른 의미로 해석한 작가에게 죽음은 무엇보다 강렬한 의식(Rite)이기에 작가의 작품 안에서 죽음은 화려한 치장을 동반한다.

작가의 작품의 소재인 죽음을 상징하는 두개골은 화려한 금빛을 띄고, 두개골 안에는 죽음, 탄생 그리고 순환, 이 모든 것들이 해부학적 지식과 이콘화 테마들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드로잉으로 마치 조직처럼 연결되어 있다. 무섭고 슬픈 방식의 표현이 아닌, « 죽음의 치장 »이라는 의도를 바탕으로 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는 화려한 이미지와 함께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에 주목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화려한 작품의 감상 또는 의미에 대한 강요이기보다는 작가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죽음과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우리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의미에 대해 상기해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Stella Sujin 작가의 전시는 10월 14일부터 2주간 제지마스 내 미니갤러리에서 진행된다.